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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Fun] 가수 이문세, 네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다

by 스테파노 스테파노 posted Oct 16, 2013 2013.10.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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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Fun] 가수 이문세, 네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네팔에 학교 지어주기 배우 정준호와 의기투합
랑탕 툴로바르크로 떠나 일은 힘들고 씻지 못해도 기쁨의 콧노래가 절로…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988497

  

 

네팔 랑탕의 툴로바르크 언덕에 선 이문세 씨.

 

가을이 오면 ’붉은 노을처럼’ 문득 떠오르는 국민 가수 이문세 씨가 히말라야에서 레터를 보내왔습니다. 탤런트 정준호 씨와 함께 고산 아이들을 위해 ’희망의 학교’를 직접 지어주고 돌아온 열혈 남아들, 그 훈훈한 현장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힘겹게, 등짐 지고, 삽질하고, 며칠씩 씻지도 못했지만, 이문세, 그는 거기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준호야! 앞에 차량이 문제가 있어서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한데.”

 

"문세형! 얼마나? 몇 시간 걸어가야 하는데?"

 

"글쎄 대략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는데…."

 

네팔 랑탕지역 ’툴로바르크(Thulo Bharkhu)’에 위치한 ’쉬리 빔센 세컨더리 스쿨(Shree Bhumsen Secondary School)’을 찾아가는 여정이 길다.

 

한국에서 추석연휴를 이용해 광저우를 거쳐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한 후 간단히 눈만 붙이고 네팔 어린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좁은 지프차에 7시간을 달려 왔는데 길이 막혔단다. 차량으로 30분만 더 가면 된다는데 만약 앞의 사고차량이 정리가 안되면 밤에 도착할 것 같다. 그러면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할 텐데’ 하는 마음으로 비포장 산길을 걷는다.

네팔(Nepal). 북쪽으로 중국 티베트와 히말라야 산군을 사이에 두고 이외 지역은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Everest, 8848m)를 포함해 8000m 고봉 8개를 품고 있는 산악국가다.

 

나와 네팔의 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히말라야 15좌 얄룽캉(Yalungkang, 8505m)을 등반한 엄홍길 대장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작은 ’산상음악회’를 덜컥 열었던 거다. 이때 우리 일행의 짐을 옮기기 위해 만난 포터(히말라야 트레커들의 개인 짐을 옮겨주는 네팔인) 중에 네팔 어린이들이 그렇게 눈에 밟힐 수가 없었다. 한참 학교에서 책과 씨름할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머리에 30㎏이 넘는 무거운 짐을 메고 종일 걸었던 그 아이들. 당시 "지금 몇 살? 그리고 꿈이 뭐야?"고 물었더니, 그 아이의 대답은 간결했다. "16살, 꿈은 공부라고."

 

그때 그 한마디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 산을 좋아하는 이들과 만든 게 ’설레발 마운틴’이라는 모임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라당지역에 작은 학교를 지어 주었다. 16박17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교 담벼락에 그림도 같이 그려줬고, 각자 특기를 살려 하나씩 좋은 일도 했다. 그때 나의 임무는 ’깎새(이발사)’. 서툰 실력으로 멋진 헤어스타일을 창조해 냈던 그때가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작년 겨울. 후배 준호가 ’낚싯밥’을 물었다. ’사랑의 밥차’를 십여 년간 운영하며 봉사를 실천하던 녀석. "야, 5년 전에 네팔에 학교 지어줬는데, 어때. 올해 또 가자." 즉석 제안에 준호가 콜, 그렇게 올해 ’Never Ending Dreams Part II’가 시작된 거다.(끝나지 않은 꿈이라고 짓고 보니 그럴싸하다)

 

학교 선정지는 ’랑탕( Langtang)’지역. 마침, 네팔 오지에 도서관 1000개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진작가 김형욱 씨가 가세했다.

가장 힘들었던 후원에 나선 분은 호형호재하는 무학의 최재호 회장이었다. ’Never Ending Dreams’ 프로젝트 얘기를 듣더니 흔쾌히 오케이를 하셨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다. 이렇게 학교짓기 프로젝트가 짜여졌고, 지금 추석연휴에 네팔 학교를 찾아 인부들을 위한 따뜻한 옷과 공사용 장갑 그리고 이곳 학생들을 위한 노트, 연필 그리고 스케치북, 크레파스를 가지고 찾아가는 길에 말썽이 난 거다.

 

“형! 아니 저 큰 차는 왜 저기 길을 막고 서 있는 거야?”

 

약 30분을 걷다 보니 길이 막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커다란 카고트럭이 평소보다 많은 짐을 싣고 가다가 코너에 주저앉아 버린 것. 이후 버스 등 약 10여 대가 넘는 차량들이 줄지어 몇 시간째 서 있다는 것이다. 이 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꼬박 앞으로도 2시간30분을 더 걸어야 하고 가지고 온 작은 선물은 전달할 방법이 없게 된다.

 

"니마! 이거 방법이 없어요?" 이번 일을 현지에서 진행하는 네팔 셀파 ’니마’에게 물으니 "지금 우리 학교에서 기초 공사로 터닦기를 하는 포크레인을 불렀는데 곧 포크레인이 와서 끌어낼 것"이라는 반가운 답변을 준다.

 

’그래 그러면 여기서 좀 기다리자’며 잠시 숨을 돌리는데 이곳 풍경이 예술이다. 준호도 2002년 월드컵 응원을 위해 네팔 히말라야를 찾은 이후 10여 년 만에 찾아와서인지 감회가 새롭다면 사진을 연신 찍어댄다.


네팔에서 배우 정준호와 함께 작업 중인 가수 이문세.

"형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준호 녀석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꿈쩍 하지 않을 것 같던 카고트럭이 포크레인이 와서 끌어내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기를 30여 분. 길이 뚫린다. 그리고 주민들의 양해를 구해 우리 차량이 앞으로 나온다. 잘하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마을에 도착하는 일정에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이다.

 

그렇게 도착한 툴로바르크.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밤 늦도록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온 우리 일행을 마을 전 주민들이 환영해 준 것. 더 감동적인 건 행운을 준다는 ’갓다’를 일일이 목에 걸어 주면서 환대를 해준 거였다. 감동은 잠깐. 곧바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학교를 둘러봤다.

 

"40년이 넘은 학교였어요. 바람도 숭숭 들어오고 비가 오면 곳곳이 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어린이들은 이곳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와 미래를 위해 공부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우리나라가 하지도 못하는 일을 이곳에 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마을 촌장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감사를 표한다. 나눔이란 게 이런 거다. 대상이 누군지 몰라도, 이렇게 나눠주면, 그들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배풀게 되는 것, 그래서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다. 이제 이곳에 몇 개월 후면 13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바람도 막아주는 교실에서 자기의 키에 맞는 책상과 의자에 앉아 자기의 꿈을 차근차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날부터 강행군. 해발 1500m 지대라 숨쉬기에 곤란함은 없지만, 이거 만만치 않다. 가장 절박한 건 물이다. 샤워 하려면, 졸졸 흐르는 샤워기 앞에 석고대죄, 꿇어앉아 한참을 있어야 한다. 그 와중에 왁스까지 바르며 ’룰루랄라’ 콧노래에, 멋까지 내고 있는 후배 준호. 잠시 후엔 그 웃음이 싹 사라지리라.

 

공사 현장. "준호야 너 이것 좀 메워 봐라. 우리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모래 한 짐은 옮겨야 하지 않겠냐!"

 

’악~’ 준호가 익살스럽게 인상을 쓴다. 한 삽 가득 퍼서 녀석의 등짐에 담는다. 나 역시 대학시절 일명 ’노가다판’에서 어깨에 모래, 벽돌 지어 나르던 생각으로 모래를 한 짐 지어본다. 어깨가 욱신거린다. 그래도 좋다. 내 노래처럼 지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멀리 히말라야 산군을 넘어가는 하얀 구름이 너무 예쁘다.

 

[글=이문세(방송인, 가수) / 사진=정용권(엠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