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열 두 살때 부터 오빠의 노래를 듣고...오빠를 좋아하고...
그러나 그저 좋아하는일이 전부였던 제가...
작년 이 맘때 용평에서 오빠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가 아닌 앞에서 오빠의 팬, 아니 마굿간 가족이 되길 맘먹고...
이곳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름 소심하고 부끄러움도 많았던 제가 어떻게 어떻게 용기를 내어 10주년마굿간 모임을 시작으로 체육대회도 가고...
그랬던 제가 이번에 오빠의 큰 슬픔을 보고 저절로 마음과 몸이 움직여지더군요.
사실은... 오빠의 어머님이 세상과 작별하시기 전 날...
저는 여름 휴가여행차 용평에 있었습니다. 더불어 오빠의 공연도 볼 겸...
역시나 멋지고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주시기 위해... 땀을 쏟으시며 최선을 다하시는 오빠의 모습...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월요일 직장에서 점심때 잠시 마굿간에 들어왔는데...
어머님의 부고들 듣고... 너무나... 놀라고 마음이 무너지고...슬프고...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더군요.
더군다나 바로 며칠 전 오빠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그 슬픔의 무게는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고... 오빠의 슬픔과 미련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그지 없었죠.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날씨도... 그 슬픔을 더 해주는듯...바람이 몹시 불고 비가 내렸죠.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신 마굿간 가족분들과...늘 언제나 빠지지 않는 마굿간의 오래되신 가족분들...
오빠마음은 알 수 없지만...그래도...참 든든하고 좋으시겠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언니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분주히 음식들을 나르고... 손님들을 맞으시고... 남자분들은 나름 여기저기에서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시며 그 자리를 함께 하셨죠.
저도 무언가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언니들이 한사코 괜찮다며... 만류하셔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참으로 죄송하고...그렇더라구요.,뭘 해야겠지도 모르겠고...
오빠 어머님 영정에 국화 한 송이씩을 놓고 묵념을 하는 것으로 조문을 마치고... 오빠 얼굴을 보는데 많이 수척해보이시고...
눈도 부으시고... 순간 울컥하는데...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많은 조문객들을 일일히 맞으시며 쓰러지실 듯 서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죠.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그 곳을 나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길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다음날... 출근때문에... 발인에 동행하고 싶었으나... 마음만 함께 해야겠단 생각을 했는데...
벽제쪽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도 회사도 일산인지라...
일하다가 중간에 잠시 외출허락을 받고... 혼자 택시를 타고 잠시 벽제 승화원에 다녀왔드랬습니다.
그곳에 도착했을때도, 나올때도 오빠께는 인사 한번 제대로 드리지도 못하고 나왔지만...
또 무언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나더군요.
아무것도 제가 할 수 있는건 없지만... 그냥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 작게나마 그렇게라도 위로가 되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빠의 팬으로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이제 1년 정도 이 곳 마굿간의 가족이 되면서... 제가 뭐 특별히 한것도 ,한 일도 없는데...
궂은 일..슬픈일만큼은 더 함께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요.
제 한 사람이 무슨 영향력이 있겠습니까만....
마굿간 가족분들의 아름다운 오빠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보면서... 저도 많은 감동을 받았답니다...
세상의 모든 작별과 이별은 다 슬프지만 ... 그래도... 제가 본 그곳엔 "아름다운 슬픔"이 있었습니다.
오빠의 말씀처럼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님께서 아드님을 무척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막내아들에 대해 마음 놓으시고 하나님께 가셔서 영원한 안식을 하실꺼라고 믿습니다.
늘 지켜보시면서 흐뭇한 미소도 지으시겠죠....^^
무엇보다...오빠... 슬픔과 안타까움을 잘 이겨내시고 힘내시기 바라구요.
그리고 제가 감히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마굿간 가족분들도 너무 너무 애쓰시고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하시진 못하셨어도 마음은 함께 하셨던,같이 슬픔을 나눠주신 가족분들도 많으실꺼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진정 손님이 아닌 마굿간 가족의 한 사람으로
슬픔도 기쁨도 함께 하는...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그런 가족이 되겠습니다. 오래토록...
제게도 슬픔도 기쁨도 함께 하는 또 다른 가족이 생겨서... 너무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하나님품으로 가신 어머님... 다시한번 깊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봅니다.
편히 쉬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