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형 7주기 추모행사를 하네요.

by NewBoom NewBoom posted Feb 06, 2015 2015.02.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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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분당에 살았을때니까, 대충 15년전쯤이었나보네요.

영훈형님께서 번개를 치셨죠.

선릉역의 한 중식당이었어요.

대략 15명?정도 모였던것 같아요.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지요.

그리고, 노래방도 갔었어요.

 

영훈형님께서 마이크를 잡으셨는데...

정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아름다운 곡을, 시와 같은 노랫말을 만드신 그 분이!!!!!! 정녕 음치란 말인가???

 

네. 맞습니다.

본인이 만든 곡임에도 불구하고 박자를 무시하셨고요, 파괴적인 음정의 진행은 듣는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번개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가야하는데, 너무늦은 시간이라 대중교통은 끊어졌고...

결국 분당 제 집으로 많은 분들이 오게됐죠.

영훈형님... 번개는 본인이 쳤는데, 제게 괜한 짐을 지어줬다며 미안해 하시더라고요.

 

 

* 문세형님께서 13집 앨범을 준비하실 때였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문세형님께서 앨범 녹음하는 스튜디오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엔 문세형님도 계셨고, 영훈형님도 계셨어요.

MR을 들으며 문세형님께서는 '이 부분은 이렇게 부르는게 어때요?'하면, 영훈형님은 '네. 괜찮네요.'

그러기를 몇 번.

본인이 만든 곡인데도 불구하고 문세형님의 의견에 단 한번도 거절을 하는 법이 없었지요.

사실 이상했어요. 부모자식간에도 불만이 있기 마련인데... 모든걸 다 수용을 하시니... 그만큼 믿는건가?

 

그 날 녹음했던 곡은 바로 'Crystal'이었습니다.

MR을 듣는데, 그 어떤 클래식 음악보다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듣다가, 문세형님께서 녹음을 시작하셨죠.

그런데, 문세형님의 목소리가 입혀지니 그 클래식같던 음악이 한 순간에 발라드로 바뀌더군요.

'영훈형님~ 제가 듣기엔 그냥 MR이 더 듣기 좋은데요? ^^'

물론, 문세형님 안계실때 말씀을 드렸죠. ^^;

했더니, 영훈형님의 짧은 대답.

'가사가 없으면 가요가 아니지~'

아~ 내 생각이 많이 짧구나... 싶었습니다.

 

 

* 영훈형님께서 정동에서 번개를 치신적도 있었어요.

1차를 마치고, 2차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훈형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소리바다' 얘기가 나왔습니다.

다들 아시죠? P2P로 자료를 공유하는... 그 때 당시에 노래란 노래들은 거의 대부분 MP3 파일로 마음껏 받아 들을 수 있었죠.

'영훈형님은 소리바다 정말 싫으시겠어요?'

'아니~ 난 이 세상에서 소리바다가 제일 좋아. 왜 이런 프로그램이 이제 나왔나 모르겠다.'

'왜요?'

'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얼마든지 받아 들을 수 있잖아.'

'하지만, 사람들은 형님 음악을 마음대로 다운로드 받아서 듣잖아요.'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내가 만든 음악을 사랑해주고 들어준다는게...'

 

이.영.훈.

정말 음악을 위해 살아가고, 음악을 위해 태어나신 분이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 영훈형님이 떠나가셨을때...

장례식장에 갔었지요.

여태까지 아무에게도 말을 안한 비밀이 있습니다.

사실은 장례식장에 5일 내내 곁을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자격지심이 아니었을까?

그 때 저는 보험영업을 할 때였습니다.

영업을 하다보니 시간조절이 자유로웠고, 충분히 가시는 길 옆에서 외롭지않게 해드릴 수 있을 상황이었죠.

하지만, 저는 당시 주변의 몇몇 사람들에게 않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을 때였죠.

보험영업을 하다보니 계산적이니 어쩌니... 뭘 해도 의심부터 하고...

계속 장례식장에 있고는 싶었지만, 주변에서 '쟤 또 보험하나 계약하고 싶어서 저렇게 나서는구나~' 할까봐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첫 날, 그리고 마지막 날 가보고는 말았죠.

여태까지 후회되는 일입니다.

그 때 장례식장에 계속 있었다면, 영훈형 형수님과도 많이 친해졌을텐데...

왜냐??? 이것도 비~밀~!

 

 

예전에 한 번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요, 영훈형님 계신곳과 제 아버님이 계신곳이 같습니다.

그래서, 아버님 기일이면 항상 영훈형님 얼굴을 보고 옵니다.

뭐, 장례식때 함께 있지못한 죄값을 치루는거죠.

 

작년 추모행사때는 다른 마굿간 가족들과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행사장에 가장 먼저 가서 몇 시간동안 그 곳을 지켰거든요.

이번 추모행사에는 참석을 못하니, 상황봐서 설에 영훈형님 뵈러 가봐야겠네요.

그리고, 추모행사를 하는 당일에는 가게에서 빔프로젝터로 '불후의 명곡'을 볼랍니다~~~

 

 

참 그립습니다.

더 이상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수가 없으니...

뉴질랜드에 계실때 분명 그러셨는데...

환경이 좋다보니 좋은 음악을 만들기에 최고라고...

아름다운 음악 만들어주신 영훈형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굿간 식구들~

추모행사 뜻깊게 참여하시고, 좋은 추억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