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지가 왔지요.
토요일날 와서 가게 문 열고, 동네 몇 바퀴 돌고, 일하고, 집에 가서 잠을 청했지요.
셋이서 같이 자자니까 싫다네요. 그냥 거실에서 혼자 자겠데요.
이튿날 아침.
제가 가게문을 연 이후로 가게 외에는 어딜 같이 간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미지는 예전같지 않게 아빠집에 오는걸 별로 재미없어 하지요.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뭘 할까?' 생각하다가 미지가 좋아하는 약수터에 올라가자~! 로 결정!
미지에게 같이 가자고 했죠.
그랬더니, 그럼, 약수터 다녀와서 씻어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뭐, 그게 낫겠죠. 그러라고 했습니다. 저도 모자 푹~ 눌러쓰고 산으로 향했지요.
집에 왔는데, 빨래 건조대에 마른 빨래가 잔뜩~
'미지야~ 먼저 씻어. 아빠는 빨래 좀 개고 씻을게~'
'싫어. 아빠랑 같이 목욕할거야.'
같이 목욕한지 한참만입니다.
그럼, 빨래 빨리 개고 같이 씻자고 했지요.
빨래를 다 갠 후, '미지야~ 씻자~' 하며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었지요.
그리고는, 미지야~ 빨리 와~ 했지요.
그런데,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
미지가 겉옷을 벗고는, 속옷을 벗지 못하는거예요.
빨리 벗고 오라고 해도 '잠깐만~', 다시금 빨리 오라니까 '아빠~ 보지마~'
결국... 저 혼자 씻고 난 후 내가 거실로 나오니, 그제서야 욕실로 들어가서는 내가 들여다볼 수 없게 문을 잠그고는 샤워를 하네요.
다 씻고 나서도, 미리 속옷을 욕실 안으로 가져가서는 안에서 다 챙겨입고 나오네요.
ㅋㅋㅋ
이젠 아빠도 남자임을 알고, 창피함을 느끼나봅니다.
이제는 다 컸나봐요.
아주 아기였을때부터 항상 함께 목욕했는데...
5살이 될때까지 남탕으로 데려가 씻겨주고 놀아줬는데...
우리 집에만 오면 욕조가 있어서 좋다면서 물 받아서 장난치며 목욕을 했는데...
이젠 그러한 일상이 기억으로 남겨야 할 추억이 되어버리나 봅니다.
이젠 아이가 아닌거죠.
항상 모든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속으로 내 욕심을 내려놓고 생활해왔거든요.
언젠가는 아빠 만나는걸 귀찮아할거다.
언젠가는 아빠랑 노는것보다는 친구랑 노는걸 더 좋아할거다.
언젠가는 아빠보다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어할거다.
언젠가는 아빠를 용돈주는 사람으로 생각할수도 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거다...
이런 하나 하나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기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데요, 그 우려했던 아니 아주 자연스러운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일어나려 하나봅니다.
미지가 마냥 아이로 지속될수는 없으니까요.
'많이 컸구나~'하는 뿌듯함속에 왠지 모를 서운함이...
그래도,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주니... 역시 내 딸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