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1989년 연말일 것이다.
문세가 결혼하던 해 겨울,
나는 처음 이문세의 콘서트를 보았다.
그간 콘서트를 전혀 안 본 것은 아니었다.
신촌부르스와 정태춘의 공연을
찾은 적이 있었지만,
모두 작은 소극장 공연이었다.
힐튼호텔 같은 대규모공연은 처음이었다.
아마 마굿간 가족 가운데도
그 날 힐튼호텔 공연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당시에 10대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 날 내 첫 느낌은
이문세의 라이브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음반으로 들은 그의 보컬은
곡해석이나 감성전달의 탁월함은 있었으나
이상하게 가창의 탁월함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날 내가 받은 강한 인상은
콘서트에서의 그의 가창력이 매우 뛰어났다는 것이다.
그 날 받은 그 강한 인상을
이번 “Theater 이문세” 공연에서 다시 받았다.
"Theater 이문세" 공연은
내심 첫 공연에 관심이 있었지만,
저녁예배가 있는 수요일이라 보기가 힘들었고
공연의 완성도가 높으리라 기대되는
23일 서울 마지막공연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노래가 선명히 들리는 공연이라 반가웠다.
가창의 힘과 미세한 호흡과 감성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어
그야말로 음악을 감상하는 공연이었다.
앞으로도 공연이 계속 진행될 것이기에
공연을 디테일하게 언급하지는 않겠다.
짧게 말하면, 공연이 고급스러웠다.
현재진행형의 명품공연이었다.
무대연출과 안무가
꽉 차되 넘치지 않도록
잘 조율되어 있었다.
적절한 편곡의 힘이
공연 전체에 흘렀고,
15집이 한 무대를 장식하므로
무대가 전반적으로 풍성했다.
몇 백석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연장도 훌륭했다.
아마도 전국의 공연을
골고루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나라 공연장의 수준을 눈 여겨 보는 것도
이번 공연을 즐기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술 후 복귀무대여서
약간의 조바심이 없지 않았지만,
나긋나긋하면서도 현란한 춤동작에도
호흡과 가창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
다시 무대에서 행복한 그의 모습에
코끝이 찡했고 참 감사했다.
1층 10열쯤에서 공연을 보았는데
단관이 아닌데도
대부분 앞 쪽에 자리 잡고 열광하는
마굿간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 전 로비에서, 그리고 공연 마치고 나오면서
몇 사람 인사를 나누었는데
표현은 못했어도 많이 반가웠다.
이제 이번 주말부터
다시 전국투어가 시작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기쁨과 감동을 선물하는
행복한 여정이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