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고 마굿간에 알렸으니
잘 다녀왔다는 보고도 드립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보람도 가득안고 돌아왔습니다.
염려하고 기도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생명의 등가성’(等價性)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말입니다.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우리보다 사는 형편이 못하지만
그 생명의 무게만큼은
나의 생명의 무게와 똑같습니다.
나의 부모와 다르지 않고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듬어 주고 손잡아 주었습니다.
주로 지진피해 중심지역의 산악마을을 찾아
쌀과 텐트를 나누어 주고
무료급식 봉사를 하였습니다.
현장을 가보니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지은 집들은
그래도 피해가 덜했습니다.
주로 흙벽돌로 지은 집들이 다 무너졌습니다.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이 지진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네팔에 머무는 동안에 여진이 있었습니다.
당시 일행보다 먼저 식당에 도착해 앉아있었는데
땅이 ‘쓰윽’ 움직였습니다.
순간, 밥 먹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상황파악이 안된 나는 그냥 식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혼자 식당에 앉아있는 날 신기한 듯 바라보았습니다.
여진공포가 상당해 보였습니다.
험한 산길을 트럭으로 두 시간씩 오르기도 하고
하루 차를 14시간씩 타기도 하는 여정이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내 안에 있는 정신적 기름기가
많이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섬기고 나누는 일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