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이문세의 노래처럼
살랑 불어야 하는데
이번 주 봄바람은 좀 거세었다.
봄비까지 뿌려서
마지막 봄꽃들이 다 흩날린 것 같다.
그래도 교회마당의 영산홍은
아직까지 제 모습이어서 고맙다.
봄꽃의 으뜸인 벚꽃이 진 지는 오래다.
그러나 향기로 치면 봄꽃의 으뜸은 라일락이다.
아니 색깔로 쳐도 분홍에 연보라가 채색된
라일락은 벚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라일락의 꽃향기를 우리에게 환기시켜 준 것은
아마도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아닐까 싶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눈부신 가사다.
라일락의 꽃말이 '첫사랑, 젊은날의 추억'이란 것을
꿰뚫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가 더욱 눈부신 것은
라일락 꽃향기가 주는 봄의 추억에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라고 노래하며 봄과 가을의 추억을 결합시킨 상상력이다.
그래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봄노래로 여기는 이도 있다.
하여 이번 봄비에
라일락의 마지막 향기마저 사라질 것이 아쉬워
라일락에 관한 시인 도혜숙의 시를 읽는다.
“라일락꽃 그늘을 지나며”
스칠 때마다
오래 전 잊었다고 생각한
내밀한 열정
제자리에 서있어도
멀리 가는 향기
라일락,
이미 누군가의 연인 같은
너의 이름 속을 들어가면
전설보다 아름다울까
라일락하고 부르면
라일랄라 음표가 튀어나오고
라일락하고 부르면
하얀 꽃관을 쓴 그녀가
꽃가루를 뿌리며 나타날 거야
이윽고 다시 널 부르면
거짓말처럼 다시
바람이 불어와
숨막힌 사랑을 던지고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