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를 가졌을 때부터 무지 행복했지요.
어느 아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당시 미지엄마가 정상아를 낳기 힘들다는(비하하려는게 아닙니다.) 상황에서 미지는 정말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죠.
어렵게 갖게된 딸이었기에 원하는건 항상 한가지였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너무나 고맙게도 제가 바라는대로 건강하게 자라주어 드디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됐습니다.
요즘 제가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이어서 잠을 제대로 청하지도 못하고, 일찌감치 일어나 미지 학교로 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왜이리 차가 막히는지...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했네요.
아주 예쁜 꽃다발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학교앞에서 파는 꽃다발을 하나 사들고는 학교 강당으로 갔지요.
북적북적 정신없네요.
혼란스러워서 미지와 관련된 부분만 보고 졸업식장에서 나왔네요.
한 시간정도 복도에서 기다리고, 모든 행사를 마친 후 미지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꽃다발이 하난데 자기는 두 개라며 좋아하네요.
점심 뭐 먹을까? 물었는데 모르겠데요.
아무래도 음식점이 많은 서현역으로 향했죠.
돌아다니는데 족발이 먹고싶데요.
좀 웃기죠? 졸업 기념으로 족발이라? ㅋㅋㅋ
먹고난 후 뭐할까? 하다가...
영훈형님 기일이기도 하고, 요즘 맘이 많이 힘들어 아버님 산소에도 가보고 싶더라고요.
미지도 흔쾌히 함께 가겠다고...
먼저 영훈형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약주 좋아하시는 분인데... 술이 빠졌네요?
커다란 잔에 잔뜩 부어드렸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센서를 하나 달아놓고, 앞에 사람이 있으면 영훈형님의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면 어떨까?
잘 모르는 분들도 순간 발길을 멈추지 않을까? 그리고 기억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아버님 산소로 향했습니다.
술을 따라드리고, 미지와 함께 절을 했습니다.
순간... 울컥하는...
미지 앞인데... 안되지. 참아야지...
가슴이 많이 아려오네요.
의지할 곳이 없으니...
흔히들 얘기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인데...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빠졌네요.
저만을 위해서 아버지 산소를 찾은건 아닙니다.
요즘 제가 많이 강조해요.
아빠, 엄마가 없었으면 미지가 있을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아빠.엄마에게 잘 해야하고...
할아버지.할머니가 안계셨으면 아빠도 있을수가 없었고, 당연히 미지도 존재할 수 없는거다.
상황마다 중요한 부분이 달라지겠지만, 최우선이 되어야 할 사람은 바로 부모다.
그 어떤것보다 중요한게 바로 부모다.
라고...
미지를 집에 데려다주고 저는 또 제 일터로 되돌아 왔습니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고 왔네요.
중간에 엉뚱한 얘기를 좀 했지만...
13년동안 잘 자라준 제 딸 미지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졸업 축하해~ 내 밝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