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형님의 마라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운동회의 강행군을 걱정했지만 역시 의지의 사나이는 막을 수 없네요.
부끄럽지만 저도 지난주 춘천마라톤에 다녀왔습니다.
내 의지를 시험하고자 시작했던 일이 이제 12년째 되었네요.
초창기엔 42.195Km 레이스 막판에 기쁨인지, 슬픔인지, 서러움인지 모르게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남몰래 썬글라스 너머로 가리며 몰래 삭이기도 했지만, 세월이 지난
이제는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뛰면서 무념무상의 세계로 잠시나마 빠져드는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도 매년 만추의 춘천 단풍은 눈에 스쳐지나갈뿐 마음에 새기지 못하고, 과연 내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긴장감으로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마음가짐을
항상 반성하게 됩니다.
올해도 게으름의 소치로 마지막 기운까지 쭉 짜내며 힘겹게 레이스를 마쳤지만, 큰 숙제를
막 끝낸 홀가분한 기분으로 삶의 의욕을 충천하였습니다.
풀코스 동안 여러번의 고비와 갈등을 이기며, 심장과 내 몸이 나의 의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내가 그동안 마라톤을 놓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레이스가 끝나고 긴장이 풀어지며 온몸에 퍼지는 고통이 훈장을 받은 것처럼 이제는 서서히
즐거워 집니다.
(일요일 아침 채널을 돌리시다 TV중계를 우연히 보신 부모님은 이자식이 올해도 저기 있겠구나
싶으셨는지 레이스 도중 부재중 전화를 여러번 하셨더군요.
아버지께서는 요절할 수 있다고 이제는 그만하라고 한말씀 단단히 들었습니다...
네! 이제는 더 욕심내지 않고 살살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가을운동회 사전 몸만들기를 철저히 하고도 갑작스럽게 피치 못하고, 부득이 한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한 일인으로써 송구스러움과 부러움과 아쉬움의 소회를 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