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음악회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나눔을 위한 공연 컨셉도 좋고,
공연장소가 워낙 낭만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에겐 토요일 밤,
강원도에 있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일 년에 한 주 쉬는 휴가를
딱 그 날짜에 맞추기도 힘들고
아내와 가족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해서 구실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휴가는, 사위, 딸 공연도 보여줄 겸
함께 강원도 봉평에 가자.
손주도 같이 걸 거 아니냐.‘
손주를 워낙 보고 싶어 하는 아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손주도 같이 간다는 말에 아내는 흔쾌히 승낙하고
기꺼이(?) 숙소에서 손주를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공연 보려고 이 골짜기까지 와요?”
라고 묻는 천진한 아내는 그래도 우리 가족 중
문세를 가장 편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입니다.
어쨌든, 버킷리스트는 완성되었습니다.
가을 같은 여름밤을 수놓은
음악의 향연은 상상이상이었습니다.
아주 편안한 공연이면서
공연의 완성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도입부와 피날레도 그렇고
공연은 일정한 흐름이 있었고
잘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이문세표 공연 맞았습니다.
그럼에도 여백이 많고 여유로움 가득한
결이 다른 공연이었습니다.
‘가을이 오면’에서처럼 코러스와 세션들이 웃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빨간 셔츠 입은 ‘옛 사랑’ 아저씨
이문세와의 듀엣으로 등장한 미지,
10대들의 댄스배틀이 그랬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단비’와 ‘오래된 이야기’가
가장 울림이 컸습니다.
지금의 숙성된 목소리가 잘 배어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같은
20대에 들었던 노래도 반갑지만,
새로운 노래들이 귀에 착착 안기는 것을 보면
이문세는 여전히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하는
현재진행형 레전드가 맞습니다.
봉평까지 간 것은
당연히 이문세공연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마굿간 식구들을 한 번에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솔직한 기대였습니다.
반갑게 다가온 분들,
멀찍이서 눈인사만 나눈 분들,
그냥 쳐다보기만 한 분들도 있지만,
많이 반가웠습니다.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 가족들,
표를 구하고 계획을 세우고서도
막상 오지 못한 마굿간 가족들이 있음을 압니다.
더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또 다른 기대를 품게 된 것도 좋은 일입니다.
푸른 숲 속의 음악처럼
삶을 그렇게 푸르게 가꾸어가는
마굿간 가족들이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