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하나 밝힙니다

by 푸른등불 푸른등불 posted Sep 17, 2020 2020.09.1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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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발라드의 계절이라는데

코로나가 마굿간마저 적막하게 만드는군요.

해서 마굿간에 불 하나 밝힙니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이란 시입니다.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2020년 가을입니다.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구절이 마음에 담기고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고른다.‘

표현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멈추어 섰지만,

좀 힘들고 많이 분주했습니다.

국가적 위기에서 모범이 되지 못하는

교회들의 판단착오와 미숙함을 수습하느라

미안하고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생각을 깍고 다듬고

언어의 뼈마디를 고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얼마 전 페북에서 핸드폰으로 녹음해 올린

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듣고있는 데

순간 울컥했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교회 앞 현수막을

가을버전으로 바꾸어 걸었습니다.

 

“‘사랑과 인내와 배려로

코로나 19를 함께 극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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