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발라드의 계절이라는데
코로나가 마굿간마저 적막하게 만드는군요.
해서 마굿간에 불 하나 밝힙니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이란 시입니다.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2020년 가을입니다.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란
구절이 마음에 담기고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고른다.‘는
표현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멈추어 섰지만,
좀 힘들고 많이 분주했습니다.
국가적 위기에서 모범이 되지 못하는
교회들의 판단착오와 미숙함을 수습하느라
미안하고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생각을 깍고 다듬고
언어의 뼈마디를 고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얼마 전 페북에서 핸드폰으로 녹음해 올린
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듣고있는 데
순간 울컥했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교회 앞 현수막을
가을버전으로 바꾸어 걸었습니다.
“‘사랑과 인내와 배려로
코로나 19를 함께 극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