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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15:31 조회수 1989

독창회’ ‘동창회’ …매번 다른 무대
이번엔 내달 1일 ‘대한민국 이문세’ …변하는 세상 변치않는 것들,
이문세의 콘텐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말한다


이문세는 지난 1998년부터 단독 공연으로만 82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단일 가수의 기록으로는 엄청난 수치다. 기자는 2000년대 초부터 이문세 콘서트를 2~3년 간격으로 5번 정도 봤다. 공연 타이틀은 ‘독창회’ ‘동창회’ ‘소창회’ ‘붉은 노을’ 등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콘서트마다 내용이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레퍼토리가 겹치는 적은 있었지만 무대 구성과 스토리텔링은 항상 또 다른 한 편의 서사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가수가 이전 공연과 완전히 다른 공연을 보여주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조용필이나 이문세처럼 3시간 동안 자신의 히트곡으로만 레퍼토리를 짤 수 있고 아바(ABBA)처럼 자신의 노래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가수는 콘서트에도 변화를 주기 쉽다. 그럼에도 한 가수의 두 번째 공연을 보러갔을 때 첫 번째와 거의 비슷하다면 소수의 골수팬 외에는 다시 찾아올 관객은 없다.

이문세의 공연은 항상 변화를 주기 때문에 계속 공연을 보러가는 관객이 많다. 이를 위해 이문세는 공연 기획과 준비에 철저하고 세심하게 체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냥 자신의 히트곡을 하나씩 풀어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공연의 ‘연출자’가 돼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연출력을 발휘한다.

공연은 노래와 토크, 춤 등이 어우러져 ‘질’을 결정한다. 뮤지션인 양희은처럼 시종 두 발을 딱 붙이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노래로 승부한다. 이문세는 댄스가수가 아님에도 이 세 가지가 다 된다. 노래와 노래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토크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오랜 ‘별밤’ DJ를 했던 내공으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경지가 삼국지의 ‘칠종칠금’ 수준이다. 이문세는 춤도 추고 관객에게 춤도 가르쳐준다.

실내공연을 주로 해온 이문세는 4년 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5000석 야외 공연을 한 데 이어 오는 6월 1일에는 국내 최대 공연장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공연 타이틀로 5만명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올해 가수 데뷔 30주년을 맞은 만큼 자신의 공연 노하우가 총망라된 콘서트로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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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표 발라드가 터지다=이문세는 1983년 데뷔하고 두 장의 앨범을 내놨지만 히트하지 못했다. 히트곡이 없던 이때는 ‘영11’이나 ‘젊음의 행진’에 나와 모창가수나 팝송을 잘 불러 존재감을 빛냈다. 그리고 작곡가 이영훈을 만나 85년 내놓은 3집이 대박이 났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와 ‘소녀’가 실린 3집과 4집(87년 ‘사랑이 지나가면’), 5집(88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광화문연가’)이 줄줄이 히트했다. 이문세는 귀하신 몸이 됐다. 당시 20~30대 여성들은 죄다 이문세에게 마음을 뺏겼다. 이문세의 노래는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수성을 잘 포착했다. 당시 이문세의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미 묻혀진 2집의 노래 ‘파랑새’가 덩달아 히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이때 이문세의 LP판은 다른 음반에 비해 200~300원이나 비쌌는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문세는 이영훈과 한때 헤어진 후 다시 만나 2001년 13집 ‘기억이란 사랑보다’라는 명곡을 내놨지만 크게 히트하지 못했다. 아이돌과 댄스의 힘이 강세해진 이때는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거죠’하고 시작하는 노래에서 나오는 소녀의 섬세한 감성이 잘 먹혀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노래는 적절하게 재해석된다면 히트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문세 발라드의 특징은 서정성=이문세 발라드의 특징은 서정성에 있다. 이문세는 윤일상이 작곡해 조금 더 리드미컬하고 발랄해진 ‘알 수 없는 인생’과 유희열이 작곡한 ‘조조할인’을 부르기도 했지만 이영훈의 노래를 가장 많이 불러 최적화시켰다. 이문세는 “이영훈 곡의 특징은 클래식하다는 점이다. 오케스트라로 편곡하면 클래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문세 이전에는 한국적이며 통속적인 멜로디와 창법이 가미된 ‘뽕끼발라드’를 불렀다면 이문세 발라드는 팝발라드로 불린다. 이문세 노래의 가사는 통속적이지만 저렴하지 않다. ‘내곁에만 머물러요/그대 무지개를 찾아올 순 없어요’라고 부르는 ‘소녀’는 황순원의 ‘소나기’ 감성이 연상된다. 이문세는 가요보다 팝송을 주로 듣고 자란 40~60대가 가요를 듣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가수다.

이문세 노래는 슬프고 처연한 느낌도 들지만 이를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관조의 시선이 느껴진다. ‘광화문연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 모든 게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들을 노래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광화문 덕수제과에서 여고생과 미팅하던 시절이 생각나고, 중간고사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국제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 살아난다.

복고는 과거 속에 빠지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고 느껴볼 수 있는 감성이라야 의미가 있다. 역사의 덕목인 ‘법고창신’과 비슷한 개념이다. 복고풍 노래가 지나치게 과거에 빠지면 청승맞아진다. 과거의 콘텐츠지만 과거를 통해 현재를 느끼고 현재를 이야기한다. 이문세 노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콘텐츠다.

이문세는 “앞으로는 사랑보다는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대규모 공연을 앞두고 최근에는 방송 출연이 잦아졌지만, 그는 인기나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었다면 입담과 예능감이 좋기 때문에 벌써 예능 스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천천히 걸어간다. 이문세가 노래 잘하는 것도 부럽지만 그런 그의 삶의 여유가 더 부럽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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