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서경원 정모일, 밤을 넘어 가는 새벽,
뒷풀이 현장,
한창 안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즐거움에 빠져 있던 어른들의 시간,
나나코 누나를 따라 일본에서 건너 온 은하와 두 딸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어려움을
스맛폰의 번역기와 바디랭귀지를 통해 서로 낄낄 대며 얼음땡과 알 수 없는 놀이를
해가며 정말 재밌게 놀았다.
좀 지쳤을까?
도로가에 주차해 놓은 문을 열어 달라 하여 열어주니,
즈그들끼리 또 속닥속닥, 안에서 제로게임을 하다가는 또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셀카 놀이를 하며
사진에 콧수염을 붙였다, 안경을 씌웠다가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안과 밖을 계속 왔다 갔다 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스마트 폰을 돌려주며,
"아빠 우리 사진찍고 꾸미는 놀이 했는데, 다 했어. 이제 핸드폰 가져가"
"그리고 우리가 찍은 것은 다 지워놨으니까 안 지워도 돼"
슬며시 핸드폰을 넘겨 준다.
폰을 받아 이 녀석을이 무슨 귀염돋는 사진을 찍고 놀았을까 궁금해 갤러리를 열어 본다.
[NAVER_LINE] 이라는 폴더에 즈그들 끼리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음...라인 접속해서(카톡 비슷한) 사진 전송해 주고 그랬나 보구만~ 쫘슥들...'
폰을 닫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새벽이 다 지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이 틀 무렵 들어온 집,
핸드폰 배터리를 교환하고 오늘 찍은 사진들을 살펴본다.
"음......"
"어........?"
"아아앜~!!!"
이상하다.
1년 가까이 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없다.
어찌 된 것이지.
그 때
문득 머리속을 스치는...
"우리가 찍은건 다 지웠으니, 안 지워도 돼~에...에.에에에에엥"
갤러리를 이리 저리 뒤졌다.
"헉!"
"CAMERA 폴더가 없다!"
당황한 마음에 소파에 잠든 녀석을 흔들었다.
"야야야~ 너 좀 인나봐바....너 혹시 폴더를 지웠냐?"
"몰~~~라~~ 나 졸려.!!!"
(자슥이 지도 뭐 찔리는게 있는지 내 간을 보려고 슬쩍 눈을 떳다 감았다 한다)
다시 뒤져 본다.
두번 봤다.
세번 봤다.
없다.
사진이 보이니 폴더채로 지운 모양이다. 이런~ 젠장...ㅜㅜ
업무관련 사진들, 출장 다니며 찍은 이쁜 사진들, 가족들 사진, 온갖 문세형님 관련 사진, 공 들여 찍은 애들 캐리커쳐 영상,
사계절 이상이 담긴 소중하고 귀한 온갖 영상, 사진...
그야말로 전멸,
묘한 체념감, 갑자기 흐르는 정적, 고개가 좌측으로 15도쯤 꺽여 시선은 알 수 없는 곳을 고정...
멘탈이 우주로 날라가는 순간이었다.
약 800개의 사진, 영상이 날라갔다.
그리고 한 달여간 찍은 새로운 약 40개의 파일이 그 얼어죽을 CAMERA 폴더에 쌓여 있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법,
굳이 그런 진실을 겨우 이런 일을 통해 되새김질 하는가...
잠깐 열어본 폴더엔 당시의 이들이 웃고 있다.
그리고,
이 사고의 계기가 된, 그 문제의 작업된 사진속 이 녀석들도 조롱하듯 웃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의 아쉬움이란...
BUT, 없으면 큰 일 날 것 같던게, 없어도 살아지네요 사람이...
"백업은 정기적으로..."
꽉~ 찬 주말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