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10월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의 향이 더 깊어지겠지요.
그리고 정희성의 시구처럼,
‘날 가는 줄 모르고
우리네 사랑 깊을 대로 깊어
돌아다보면 문득 감이 익겠‘지요
지난 5월 네팔에 다녀온 뒤
네팔에 남아 계속 구호활동을 펼치던
후배목사님으로부터
사진과 함께 카톡이 왔습니다.
한 시골 마을을 구호하던 중
발견한 아이의 질병을
치료해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현지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팔을 절단해야 한다고 하는데
절단하는 데만 천 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의술로 치료가
가능할지를 타진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비용이면 절단하느니 한국으로 데려와
한국에서 치료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아이의 질병은 흔하지 않은 선천성 질환으로
의학 용어로 Constriction Band,
혹은 Constriction Ring Syndrome이라고 하는데
대학병원의 수부 전문의가 단계적 치료를 해서
손을 살려주는 것이 가능할지를 타진해야 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풀 마야’(Phul Maya)이고
9살의 여자아이입니다.
-사진으로는 남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팔의 무게 때문에 잘 걷지 못하다가
3년 전부터 비로소 제대로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는 이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킬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 사정을 알고 나서 이 아이를 고쳐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습니다.
곧바로 몇몇 대학병원의 의료진과 원목실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병원별로 의견이 다양했고
수술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한데다
수술비용의 의료수가 적용이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병원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침 일산의 명지병원에서
한번 해보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의료진과 보험팀의 도움으로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문제가 가로 놓여 있었습니다.
한 번에 수술이 끝나기 어렵고
2-3차의 수술을 해야 하는 문제,
비자 문제, 수술비용과 이동경비, 체제비 등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내가 섬기는 선교단체와 교단총회
그리고 지구촌 사랑나눔, 명지병원 원목실이
힘을 모으고 역할분담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모금이 진행되었고
드디어 1차 수술비용, 비행기 티켓, 체재비 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네팔현지에서
3개월 넘도록 여권과 비자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여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현지 네팔대사관에
비자서류가 제출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에 들어오는 일만 남았습니다.
9살 풀 마야를 만날 일이 설레입니다.
대수술을 생각하면 조금 떨리기도 합니다.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고 돕기 위한
순수한 열정과 지구촌 사랑의 연대가
소중한 열매를 맺었으면 합니다.
마야의 활짝 웃는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가을 하늘이 마야에게 축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