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진정성과 서정성이 객석 곳곳을 촘촘히 메웠다.
주옥같은 히트곡들은 관객들의 마음 속 강한 울림으로 자리매김했고, 팬들을 좌지우지하는
이문세 특유의 재치와 감성을 적시는 목소리는 30여 년 세월도 빗겨간 듯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 중인 ‘2011 이문세 붉은 노을’은 앞선 대형무대와는 사뭇 달랐다.
6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어느새 동창회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팬들은 80~90년대
이문세 음악의 추억을 서로 나누며 행복한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었다.
최근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통해 재조명받고 있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와 이문세 콤비가 만들어낸 명곡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했다. 멜로디는 아름다웠고 풍부한 울림이 있었다.
핀 조명 아래 등장한 이문세가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옛사랑’을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약속을 한 듯 숨을 죽였다.
이어 새롭게 편곡된 ‘빗속에서’ ‘깊은 밤을 날아서’ ‘알 수 없는 인생’ 등 명곡들이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와 함께 연주됐다.
섬세함은 깊어지고 사운드는 더욱 풍성해졌다. 또한 노래와 함께 변경되고 회전하는 무대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 80년대 중반 가요계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사랑이 지나가면’과 ‘광화문 연가’가 흘러나오자
일부 관객들은 눈을 감은 채 음악에 흠뻑 취했다. 공연장을 메운 이문세의 목소리의 호소력은 여전했고
이영훈 작곡가가 왜 그의 목소리를 유독 고집했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
물론 공연 내내 무겁고 잔잔한 분위기만 흐른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재치 있는 농담과 ‘신입생 환영회’ 등
관객 이벤트로 관객들의 입가엔 미소가 그칠 줄 몰랐다.
특히 공연 후반부는 여느 록 밴드 공연 이상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솔로예찬’을 시작으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그대 나를 보면’을 잇따라 부르며 무대를 장악한 이문세는 막춤까지 동원하며
무대를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화답했다.
특히 마지막 곡으로 ‘붉은 노을’이 울려 퍼지자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급변했다. 이문세 밴드 멤버들도
무대 앞까지 나와 이문세와 함께 호흡했고, 팬들도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한층 커진 몸동작은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었다.
한 차례 폭풍이 흘러간 뒤 앙코르 무대에 다시 오른 이문세는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관객들과 함께 합창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2시간이 흐르는 동안 가수와 관객들 분명 정서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한편, 이문세는 지난해 말 잠실 체조경기장 ‘The Best’ 공연을 끝내자마자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 달간의
장기공연을 준비했다.
그리고 한 달간의 장기 공연에 앞서 “보다 완벽한 공연을 위해 정든 라디오를 잠시 떠난다”는 말과 함께
7년간이나 진행하던 MBC라디오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의 DJ를 6개월간 중단했다.
‘2011년 이문세 붉은 노을’ 콘서트는 24일까지 서울 이화여자 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