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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21:19 조회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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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어슴푸레 해가 지자 층층나무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소금을 뿌린 듯 곧 꽃을 피울 메밀밭 산허리는 별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맑은 계곡물 소리에 맞춰 새들과 풀벌레 합창이 풋풋한 숲향기 속 펼쳐졌다.
그 때 바람을 타고 들려온 가수 이문세의 노래에 나의 걱정은 마치 가을에 낙엽 떨어지듯 사라졌다.
(이효석作 `메밀꽃 필 무렵`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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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세찬 소낙비가 번갈아 몸을 적신 그날(8월8일),
인천에서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열기가 뜨거웠다.
소셜미디어 상에는 `문화 대통령` 서태지 무대에 대한 음악 팬들의 흥분과 찬사로 들끓었다.
전혀 부럽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비가 멈추고 별이 빛나던 밤,
기자는 강원도 봉평에서 열린 `국민 가수` 이문세의 숲속음악회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문세가 뭐라고.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고 이곳을 찾아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극성스럽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저에 대한 사랑이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하니…두렵습니다.(웃음)
그 마음 확 바뀔까봐." `솔로예찬`·`깊은 밤을 날아서`로 신나게 숲속음악회 문을 연 이문세는 이처럼 말했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폭소가 터져나왔다.
허브나라농원 별빛무대를 가득 메운 600여 명의 관객은 이문세 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흙바닥에 주저앉은 이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오직 그가 보였다.
그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했을 뿐이다.
공연은 들뜬 분위기 속 시작됐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자연이 주는 평온한 정취에 사람들은 흠뻑 취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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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머무는 곳에`·`사랑이 지나가면`·`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이어졌다.
`떼창`이 아닌 여름밤 수 백명의 허밍(humming)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노랫말을 몰라서가 아니다.
가수의 노래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멜로디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감탄사다.
`목이 메여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도`라는 엷은 떨림에선 그조차 모두 숨죽여야 했다.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中)
이문세와 관객들의 얼굴 표정은 하나 같이 그랬다.

"저나 무대를 보지 마시고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세요.
그저 아무 생각하지 말고 들으세요. 힘들고 지쳤을 때, 위로받고 싶을 때 있잖아요."
이즈음에서 고백한다. 이날 `함께가요`는 이문세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가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한 탓도 있으나 사실 별 필요가 없었다.
멀찌감치서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또한 이문세의 노래는 이미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계절은 잘도 흐른다/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
영원하길 바랐지만/ 그런 건 없었지/ (중략) /
지루하고 똑같은 하루가/ 가끔은 눈물 나게 고마워/ 나의 인생은 이런 건가/
하늘은 높기만 하네/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 영원하길 바랐지만/ 그런 건 없었지."

지긋이 눈을 감았다. 이문세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모르겠다.
(내 노래에) 빠진 건지, 주무시는 건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정적을 깼다.
그제서야 눈을 뜨니, 쏟아져내린 별빛 사이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기댄 이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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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는 "세상을 살면서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내 마음과 같은 사람, 정말 막 자랑하고 싶은 파트너가 살면서 얼마나 되는가.
여러분 마음 다 안다. 배우자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느냐"고 농담하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좋은 분이 있다"고 허브나라농원 이호순 원장을 소개했다.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시골에 내려오니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찌들었던 생활과 마음가짐 탓이었다. 도시에서는 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시골에 와서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기에 내가 있는 것임을.
내 존재는 우리의 관계가 있기에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이호순 허브나라농원 원장)

이문세와 이 원장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노영심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허브나라농원은 이문세가 휴식차 자주 가는 곳이다.
지난해 재발한 갑상선암 수술 후 그가 약 한 달 간 머문 곳도 여기다.
허브나라농원 내 별빛무대라는 이름도 그가 직접 붙였다.
이 원장은 이문세를 두고 "소탈하고 한결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오면 산책하고 자전거 타고 등산하는 게 전부예요.
꼭 술잔을 기울일 필요도 없죠. 서로 사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하다 보니 가족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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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을 위해 수익금이 전액 기부되는 숲속음악회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이문세의 건강이 회복돼 올해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솔직히 미안했다.
그가 비밀에 부치고 싶어한 갑상선암 재발 소식을 단독 보도한 게 기자였다.
이문세의 갑상선암 수술은 두 번째이기에 성대 손상 우려가 적지않다는 의료 관계자들 설명도 덧붙였다.
자칫 가수로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암이 전이된 부위가 거의 성대하고 붙어있다더라.
아무리 훌륭한 의료진이어도 암 조직을 긁어내면서 성대를 건드리면
목에서 소리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해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성대 쪽 암을 제외하고 다른 부위만 제거됐다.
엄격히 말하면 암 세포가 아직 남아 있다.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다.
생명도 중요하지만 내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1분이라도 더 하고 싶다."
(2015년 3월 30일 방송된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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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의 노래는 변함이 없다.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본인이 아니면 알아채기 어렵다.
다른 악기 연주가 필요 없을 정도다.
여전히 그의 목소리 자체가 악기였고, 그가 부르는 노래는 이야기가 됐다.
장장 3시간에 가까운 공연 막바지 이문세는 `끝의 시작`을 노래했다.
가슴 속 응어리를 토해내듯 열창하는 그 앞에 넋을 잃지 않은 자 드물었다.
`비는 내리고 소나기 되어/ 하늘을 찢을 듯 한데/ 이대로 떠나면 후회할텐데/
먼 훗날 후회할텐데`라는 노랫말이 밤하늘 달처럼 듣는 이 가슴 한켠에 구멍을 내고 박혔다.

뒤풀이 자리에서 (알리·로이킴·이은결을 비롯해 대부분 재능 기부로 동참한)
스태프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고마움을 표한 이문세는 기자에게 공연 소감을 물었다.
`경제지에서 왔으니 경제적 관점에서 표현해 달라`고 그는 농담처럼 바랐다.
질문을 하면 했지, 별로 받아본 적 없는 기자는 당황해 "대박"이라고 답했다.
뒤돌아 생각하니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이문세의 숲속음악회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공연이었음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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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되살아난 추억만큼 이마의 땀방울이 이슬처럼 송골송골 맺혔다.
그렇게 아침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봉평 허느나라농원은 흥정계곡을 끼고 있는데,
안개 자욱한 그곳 아침 풍경은 허브향처럼 상쾌하다.
발걸음을 옮겨 보니 한 꼬마 아이는 송사리를 잡겠다고 견지낚시대를 일찌감치 꺼내들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 아버지의 한숨에는 즐거움이 배어 있다.
지난밤 이문세의 노래가 다시 귀에 울려 퍼졌다.

`우리가 마음먹은대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돈보다 더 귀한게 있는 걸 알게 될거야/ 사랑놀인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거야/
그대가 마음먹은대로/ 이세상 살아가다 보면/ 슬픔보단 기쁨이 많은걸 알게 될거야/
인생이란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중요해/ (중략) /
자기가 맡은 일들을/ 우리가 맡은 책임을/ 그대가 해야할 일을/ 사랑해요/
어둔 밤하늘 날으는 밤 구름 아침이 되면 /다시 하얗게 빛나지 / 새로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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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음악회 도중 게스트로 등장했던 이은결은 마술을 보는 3가지 규칙을 설명했던 터다.
`의심(질문)하지 말라. (옆사람과) 상의하지 말라. 심판하지 말라.`
이문세 공연에도 잘 어울리는 말이다. 이은결은 자신이 아프리카에 방문했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어렸을 때 TV로 봤던 아프리카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 순수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술이 무엇인지는 아는가.
엄지 손가락을 접어 없애는 척 하는 가장 기초적인 마술이었다.
기적을 본 것처럼 놀라더라. 그 때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얻었다."

이문세의 무대도 그와 같았다.
`의심하지 말라. 심판하지 말라.`
앞으로 이문세의 공연을 본다면 이 규칙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
    monica 2015.08.12 00:41
    양 손 엄지 척척 최고^^
  • ?
    산아가씨 2015.08.12 13:20
    쵝오~~~~
  • profile
    황소뿔 2015.08.13 09:05
    감동~~~~
  • ?
    가을비 2015.08.14 06:31
    완죤 최고의 멋진공연을 볼수있어서 너무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 ?
    한우리 2015.08.18 01:01
    이제 다시는 의심 안 하께요. 히히.
  • ?
    하모니 2015.08.23 21:43
    조우영기자님! 문세오라버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기사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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