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왔습니다.
우리끼리 즐기고 왔습니다.
저는 회사행사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즐기러 갔습니다.
행사 이틀전에 본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 이렇습니다.
2004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근무하는 FC는 약 190명정도가 되며,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FC는 152명입니다.
그 중 장기자랑을 신청한 FC는 9명뿐입니다. 준비좀 많이 해주세요.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싫습니다. 제가 돈을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남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할 필요가 있나요?
저는 제 가족과 그냥 즐길겁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저와 제 아내, 그리고 미지가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춘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단지 'Song & Dance Battle'에 나간다는 명분으로 셋이서 준비하며 의논하는데 대해서는 고맙지요.
지난 수요일.
미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노래를 못하겠다네요.
감기 몸살이 심한데다가, 목에 염증이 심해서 노래는 커녕 말도 가능하면 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
처음엔 선물에 눈이 멀어 시작된 일이지만, 이제는 함께 한다는 의미에 더없이 중요한 일이 되버렸는데...
목요일날 저녁에 미지를 데리고 왔습니다.
건강이 우선이니 노래하는데 무리가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를 해 줬지요.
그리고, 제가 목이 아플때마다 사용하는 민간요법을 미지에게 해주었습니다.
대파 뿌리를 물에다 팔~팔~ 끓인 후, 그 물에 꿀을 타서 입에 머금으며 조금씩 섭취를 하는거지요.
목요일 저녁에 한 컵을 마시게 하고, 다음날 아침에도 한 컵을 마시게 했죠.
제가 보기엔 노래해도 될만한데, 계속 싫다고 안하겠다고 하네요.
콘도 배정을 받고, 방에서 마지막으로 물었죠.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미지 얘기로는 목에 염증이 너무 심해서 의사선생님이 절대 안된다고 했다네요.
또, 3일 후에 꼭 병원에 오라고 했다고...
그런데, 아빠의 정성스런 약으로 이제 괜찮은것 같다며 고맙다고 하겠다네요. ㅋㅋㅋ
원래 연습했던것에서 약간 수정해서 최종 리허설까지 마쳤습니다. ^^
행사장에 들어가서 임원들 인사를 하고, 저녁식사중에 누군가가 제게 오시네요.
노래 순서가 두번째래요.
왜요? 물었더니, 노래 분위기상 두번째 순서가 가장 알맞은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고...
달갑지는 않았지만, 따져봐야 뭐하겠습니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아내와 미지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무대에 올라가면 떨릴수도 있으니 지금 크게 심호흡 세번만 해~
그리고, 무대에서 떨지 않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 @#@$#$%$&& 이렇게 생각하면 돼.
(여기서 @#@$#$%$&& 는 나만의 비밀. 안가르쳐 줌. ㅎㅎㅎ)
우린 그냥 우리끼리 노는거야. 그냥 놀다가 내려오면 돼. 알겠지?
그리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전주가 시작되고, 아주 가벼운 율동으로 노래를 시작하는데, 이 둘을 보니 얘기했던거랑 틀리네요.
떨리나봐요. 긴장도 되나봐요. 큰 몸동작으로 율동을 하자던 둘이 아주 작게 율동을 하고있지 뭐예요.
아~ 즐기길 바랬는데, 역시 무대라서 편하지는 않나보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했지요.
무대에 선 아내와 미지, 보고있는 관객도 편하게 만들자!라는 생각에 중간 간주때에 제가 막춤을 추었습니다.
또, 기왕 웃기기 시작한것 제대로 웃겨보자는 생각에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의 '알까요' 때마다 '알까기'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관객들에게 알을 까줬지요.
그렇게 그렇게 노래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아내와 미지는 내려와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며 아쉬운 표현을 했고요, 그런 둘에게 저는 이렇게 얘기를 했죠.
'난 엄마나 미지나 정말 즐기길 바랬는데, 제대로 놀지 못한것 같아서 그게 아쉬워~'
내려와서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재밌었다데요.
무대에 있을땐 조명때문에 객석이 잘 보이지도 않았고, MR 때문에 소리도 잘 안들렸는데 막춤 출때도, 알 깔때도, 마지막에 미지가 뒤에서 화장지를 이용해 꽃가루를 뿌렸거든요. 그것도 그렇고, 완전 대박이었다고... ㅋㅋㅋ
9명 참가자들의 노래와 춤을 다 봤습니다.
내심 1등을 기대를 했지요.
왜?
다른 보험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ING생명은 항상 하는 얘기가 '가족사랑~ 가족사랑~' 하거든요.
이번 행사 이름도 ING 패밀리 캠프고...
그렇게 가족을 중요시 하는 회사의 장기자랑에서 9개 참가팀 중 가족이 함께 한 팀은 우리 가족이 유일했습니다.
그러니 더욱 기대가 컸지요.
먼저 참가상 6팀을 호명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안들어있네요.
그렇다면, 1, 2, 3등 중 하나란 얘기!
점점 더 자신이 생기고...
그런 와중에 '3등! 이새붐FC님 가족~'
호명을 하는 순간 왠지 모를 괜한 찝찝함...
이건 뭐지?
그래요. 3등밖에 안줬다고 투정을 부리는걸로 보일수도 있겠지만요,
1등을 한 팀은 7번째 순서, 2등을 한 팀은 마지막 순서.
순서도 그렇지만, 다른 팀들이 할때에는 그냥 평범한 조명을 쏘이더니, 1등 팀 춤 출때에는 번쩍번쩍 조명을 비추고,
2등 팀 발라드를 부를때에는 어두운 연출로 분위기를 잔잔하게 만들데요.
제겐 이미 정해진 결과라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죠.
미지가 많이 아쉬워했어요.
하지만, 몇번이고 저는 얘기를 했지요.
'미지야~ 우린 절대 3등이 아니야. 아빠 혼자 나가서 노래부르면 그 2등한 아저씨보다 못할것 같아? 미지가 혼자 나가서 춤을 췄다면 그 1등한 언니들보다 못했을것 같아? 절대 아니야. 정말 중요한건 우리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했다는거야.
채점한 사람들이 잘못 채점한거지, 우리 가족이 분명 1등이었어!'
동영상은 없습니다.
급하게 무대에 나가느라 누구에게 부탁할수가 없었습니다.
카메라까지 가져갔었는데...
그냥 사진 몇장 올립니다.
막춤...
알까요~ 잘 안보이죠?
끝으로, 초등학교 선생님들!!!
선생님때문에 아주 미치겠습니다.
제가 미지에게 '가족'이라고 얘기를 하면, 미지는 '우린 가족이 아니야~'라고 얘기를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길 가족이란 '같이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네요.
그래서, 아빠도 아내도 가족이 아니라는거예요.
이게 뭡니까? 어떻게 아빠가 가족이 안될수가 있지요?
제발 제대로 좀 가르쳐주세요!!!